내가 돌보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5군데다.
급식소를 돌다가 보면 특히 눈에 밟히는 냥이들이 있다.
내가 우리집 냥이 오레오를 데리고 온 곳에서 다른 냥이들이 밥을 먹고 있다.
그중 수다라는 애가 있다.
처음 만난 기억은 올초 봄이다.
새끼티가 나는 고양인데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고 냠냠 먹을때 소리를 내면서 먹으며 말을 걸면 대꾸를 많이 해준다.
나는 길고양이가 이렇게 수다스런 아이는 못봤다.
그래서 이름을 수다장이에서 줄여 수다라 부른다.
이 아이의 성별이 궁금했다.
너무 왜소해서 암컷은 아니길 바랬다.
새끼가 새끼를 낳지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일 뿐이었다.
가끔 봤는데 먼저 보던 대나무숲 자리에서 밀린 모양이다.
그곳 빈집엔 다른 젖소냥이가 터를 잡아 내가 중성화를 신청한 혜택을 입었다.
수컷인 그 아이에겐 거세되는 재앙이지만 말이다.
수다는 내가 주는 다른 급식소(거기도 대나무숲이 있음)에 터를 잡은 모양이다.
8월말즈음 만났을때 비로소 새끼를 낳은 줄 알았다.
모르고 구충제를 먹였는데 젖모양이 새끼들이 문 흔적이 있는 젖꼭지가 아닌가 ......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 시작한 난 새끼난 어미에게 먹여도 된다는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가을이 무르익을 10월초 새끼들의 거쳐를 알게 되었다.
4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아빠로 생각되는 놈이 젖소냥이고 한번은 옆에 있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새끼들의 모양과 대충 맞아 떨어지는 걸 유전이라 했던가!
수다는 자기와 같은 고등어 하나와 아빠무늬를 닮은 젖소쪽 3마리를 낳았다.
고등어가 어미를 닮아선지 제일 귀여웠다.
너무 열악한 폐자재를 쌓아놓는 곳에 하필 새끼들을 키우고 있어 새끼들의 안전이 염려되었다.
게다가 옆집 아저씨가 커튼봉으로 새끼들과 수다를 쫒은 모양이었다.
밥을 챙겨주다가 이상함을 감지했고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아저씨에게 데리고 갈 것이라고 했다.
수다와 새끼들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수다는 밥 먹으로 왔고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거처를 알아냈다.
폐자재 끝쪽으로 낭떨어지로 이어진 대나무숲을 내려가서 빈집 뒤 창고에 새끼들을 데리고 있었다.
아파트 옆의 급식소를 관리하는 맘씨 좋은 캣맘과 새끼들과 수다를 온전히 포획했을때의 기쁨과 안도감은 지금도 짜릿하다.
난 수다의 급식소를 알기 위해 비탈진 대나무숲을 미끄러져 가며 수다의 뒤를 쫓았다.
정작 구삐캣맘과 포획하기 위해 다시 찾았을때는 의심되는 남의 집을 무작정 뒤질 수 없어 난감해하던 중이었다.
이야기하던 중 기적같이 수다가 다른 고양이를 쫒으며 내려왔다.
수다에게 새끼 있는 곳을 알려달라며 의심스러운 곳을 디디자 수다는 본능처럼 자기새끼들에게로 향해 비교적 쉽게 포획할수 있었다.
나도 겁이 없는 편이지만 구삐캣맘은 나보다 더 용감할 때가 있어 든든하다.
맘씨 좋은 캣맘이 거처를 마련해 주어서 할 수 있었고 수다 가족에게 헌신적으로 임보하는 옆의 캣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한달 가까이 몸을 찌웠더니 뼈밖에 없던 수다가 제법 통통해졌고 사비로 어제 중성화를 마치고 오늘 퇴원해서 새끼들에게로 간다.
급식소를 한바퀴 돌고 수다에게로 갈 생각이다.
불쌍한 길고양이들이 눈에 밟힐 수록 통장은 텅장이 되어간다.
아마도 사비로 중성화는 더이상은 무리일듯 하다. ㅠㅠ
수다가 첨이자 마지막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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