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 3개가 밀집해 있는데 가운데에 끼어 있다.
옆의 아파트를 바라보고 지은 상가가 우리동 옆에 있다.
아파트 안에 급식소를 설치했다가 한참후에 엘리베이터 벽에 고양이에게 밥주지 마란 공고를 봤었다.
나를 포함한 공고이기에 달갑지 않았다.
다행히 난 그런것을 예비해 상가쪽 빈땅에 급식소를 마련했다.
상가입주민의 땅이고 입주민의 허가도 받았다.
내가 급식소를 설치했을때 이미 위쪽에는 하나가 더 있었다.
내 급식소보다 깔끔하고 습식도 채워져 있고 옆쪽에는고양이 집까지 있었다.
관리하는 분이 궁금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미묘를 만났다.
고등어 냥이였는데 내 급식소 주변을 정찰하는 듯 했다.
이름을 9월에 만난 이쁜 고양이라해서 구삐라고 불렀다.
나는 그 냥이와 만나기 위해서라도 헌신적으로 캔과 사료를 구비해 놓았다.
하지만 그 냥이는 먹지않는 듯 했다.
건식파인가 생각할 무렵 알고 보니 위쪽 급식소 캣맘이 돌보는 암컷냥이였고 그 냥이때문에 위쪽 급식소캣맘과 알게 되었다.
그 캣맘이 구삐를 챙겨주는 것을 보고 저러니 내 급식소가 마음에 들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집만 야외일뿐이지 먹는 것은 집고양이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다만 한끼의 성찬이고 다른 냥이들과 공유하는 습식과 사료는 구비되어 있었다.
구삐를 위해 마련한 급식소이고 외출이 잦은 편이지만 그 주인은 당당하게 그곳을 지켰고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캣맘바라기 냥이었다.
구삐캣맘이 차에 가면 구삐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고 고양이에게서 처음으로 소외감을 느꼈다.
내가 자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심히 구비한 참치캔과 닭들은 모르는 놈들의 횡재로 일단락 되었다.
구삐는 새끼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턱시도 냥이라 했다.
얌전하고 이쁘게 생긴 냥이가 거친 야생에서 맛난 급식소를 차지하고 지키는 것은 쉽지않은데 성깔이 있는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모욕감을 준 구삐!
구삐가 닭가슴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난 꾸준히 닭을 급식소에 구비했던 기억이 있다.
구삐가 내 급식소에도 들르는 것을 몇번 봤고 내가 마련한 겨울집에서 쉬는 것도 봤다.
내가 야외작업을 할때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와서 간식을 받아 먹기도 했었다.
구삐캣맘은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지만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온지 얼마 안되서 남편이 강쥐에게 피해가 갈까봐
꺼린단다.
내가 구삐를 입양하는 상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던 12월의 가장 추운 어느날 급식소 주변 도로에서 구삐 같은 고등어냥이가 죽어 있다는 딸의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나갔다.
다행히 구삐는 아닌 것 같았는데 너무도 흡사했다.
외상은 없는데 코에서 난 건지 바닥에 손톱 하나 만큼의 피가 보이며 쓰러져 있었다.
사진을 찍어 놓지 않았다면 구삐로 착할 할 정도였다.
구삐는 가슴에 흰털이 많은데 이 아이는 별로 없었다.
구삐캣맘에게도 아닌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구삐가 보이지 않았다.
경험이 없던 나는 로드킬에 전화를 했고 박스 채 가져간 이후였다.
구토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긴 했지만 아픈 것일까?
분명 죽은아이는 구삐는 아니었다.
구삐는 털이 고운데 죽은 그 아이는 거칠었다.
남편은 주변에서 본 아이라고 구삐는 아니라 했다.
구삐캣맘은 그 뒤로 마음이 허해 몇 달을 찾아다녔고 살아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심령술사까지 찾아갔다고 들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잠시 마음을 둔 나도 이렇게 허한데 구삐가 목을 놓고 바라보던 캣맘의 마음이야 말해서 무엇을 하리.
그 뒤로 지금까지 구삐녀석을 본 적이 없다.
구삐캣맘은 그 뒤로도 구삐녀석을 기다리며 헌신적으로 우리 아파트 냥이들에게 급식소와 집3채를 제공하며 수다의 새끼들을 구조해 낼때 나보다 더 용감했다.
그리고 지금은 수다의 새끼들을 빈 사무실에 임보해 주며 그제 중성화한 수다의 간호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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