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고양이 에피소드)

모성애가 많은 까순이

오레오냥냥 2024. 11. 4. 11:33

까순이는 우리 아파트에 어느날 보이더니 터를 잡은 듯 했다.

얼핏 보면 까돌이와 비슷한데 귀가 잘려있는가(중성화 하기전까지)와 몸집이 큰지 작은지로 구분했다.

까순이는 암컷이어서 작았는데 나는 성깔이 있고 사람을 많이 경계하는 까순이에 대해 많은 관심은 없었다.

그러던 겨울 어느날 중성화에 관심이 없는 캣맘 급식소 근처에서 까순이와 새끼냥 세마리를 목격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까순이는 사람을 경계해 주의 깊게 관찰도 못했을 뿐더러 배가 부른 모습은 구삐캣맘도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봄이 되었고 구삐캣맘이 신청한 중성화 포획하시는 소장님이 포획틀을 설치했다.

저번엔 숫놈(투톤이)을 이 구역에서 잡았으니 암컷을 잡아달라고 하셨다.

우린 까순이가 생각났지만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포획틀 하나를 더 설치하며 기회를 엿봤다.

다행히 까순이가 소장님 포획틀에 걸렸고 우리 포획틀에는 까돌이가 다시 걸렸다.

까돌이는 이미 중성화의 쓰라린 맛을 보았는데도 또 걸린 것을 보면 식탐이 두려움을 이긴 모양이다.

까돌이를 놓아 주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지 빠지게 도망간다.

 

우리는 그때까지만해도 까순이가 새끼를 기르고 있는지 긴가민가 했다.

까칠하기 이를때 없는 까순이는 이내 포기한 모양이다.

내가 봤을땐 체념상태의 모습이어서 짠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새끼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을 까순이가 애처롭지만 중성화시기는 의도치 않게 시기적절한 처방이였다.

방사한 다음날 부터도 까순이는 급식소에 나타났다.

가슴을 쓸어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까지 데리고 나타났다.

그제서야 우리가 무슨일을 한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젖이 이미 말라있을 시기이긴 했지만 수유한 젖꼭지가 보였을터였다.

아찔했다.

새끼들을 잘 키워낸 까순이가 대견스러웠고 무서운 수술을 잘 견디고 새끼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것도 기특했다.

지금도 까순이는 새끼들 곁에 머물며 교육하는 헬리콥터맘으로 보인다.

중성화를 해서 발정기도 오지않고 그 에너지를 육아에 몰입하는 것인지 독립할 시기가 지난 새끼들 주변을 맴돌고 있다.

두놈은 자기를 닮아 올블랙이고 한놈은 턱시도를 낳은 걸 보면 아빠가 투톤이일듯 하다.

지금은 턱시도가 커서  아빠로 추정되는 투톤이에게도 하악질을 하지만 어릴때 투톤이가 곁에 있는 모습을 몇번 봤다.

이것은 내 추측이다.

아빠는 모른다.

 

올블랙 한 놈은 일찍 독립한 것으로 보이고 올블랙인데 목에 하얀 브로치를 한 탄이와 턱시도 냥이가 내 급식소에 닭을 먹으로 온다.

저녁에 사료를 주며 닭가슴살을 준 것이 화근이었다.

턱시도(시도)와 탄이는 매일 출석을 하다시피 한다. 

저녁이면 내 급식소에 붙박이처럼 앉아 있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본의 아니게 몇개월째 매일 출석확인을 하고 있다.

까순이는 오지 않았는데 최근엔 가끔씩 와서 먹고 간다.

자기 새끼들을 챙겨준 것에 대해 어느정도 신뢰가 있는 건지 전보다는 순하고 생야생이던 까순이가 사람에 대한 경계도 누그러진 듯이 보인다.